번역소설. 뱀과의 밀어(密语)
发布时间:25-04-15 08:32  发布人:金昌永    关键词:   

번역소설

뱀과의 밀어

(심양)佟掌柜 작 (심양)리상광 역

1.

동규(원문 동괴)는 두터운 솜 옷 차림으로 작은 초가 안에서 페인트가 거의 벗겨진 나무의자에 앉았다. 살림살이는 의자 하나뿐이다. 그의 오른손에서 잎담배를 만 권련이 타들어갔다. 깜박깜박하는 담배 불빛과 솜이불 우에서 똬리를 튼 까만 뱀이 내뿜는 그윽하고 시퍼런 눈빛이 호응하듯 어두컴컴한 초가안을 비췄다.

“검둥아, 너는 언제 철이 들거야? 평시에 너하고 소백이 맘대로 오는 건 좋은데 눈치 좀 있으면 안되니? 내 마누라가 온 것 안보여? 너희한테 얼마나 놀랐으면 무조건 진으로 돌아가자며 울고 난리잖아. 여기는 사람 살 곳이 아니래. 너와 소백이 그녀를 해치지 않을거라고 아무리 말해도 믿질 않아. 너는 나의 좋은 친구라고 말했지. 네가 소백을 데리고 와서 나의 말동무 되여준다고…그니까 더 격하게 우는거야. 에휴! 녀자란,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무지 모르겠어”

검둥이는 동규가 흑사에게 지어준 이름이다. 지난해 겨울 큰 눈이 내리는 어느 날, 수림을 순시하고 돌아온 동규는 추위에 꽁꽁 언 작은 뱀 한마리가 문틈에 웅크리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동규는 장작칼 나무 손잡이로 그 뱀을 건져 부뚜막 언저리에 올려 놓았다. 아궁이의 불이 점점 달아오르자 뱀의 몸상태는 정상으로 돌아왔다. 그로부터 뱀은 자주 동규의 초가에 드나들었고 추운 날이면 가족인양 버젓이 구들장에서 똬리를 틀고 있었다. 그렇게 작은 뱀이 큰 뱀으로 자라더니 지난 달에는 어디서인가 백사 한마리까지 데려왔다. 두 놈은 동규의 주변을 수 바퀴나 돌고 돌았다. 동규는 백사가 검둥이의 련인이라는 것을 알아차렸고 ‘소백’이라는 이름까지 지어주었다.

달빛이 서리꽃 만개한 유리창을 한사코 비집고 들어와 동상으로 튼 동규의 손과 흑사의 까마반드르한 등 비늘을 비췄다. 검둥이는 작은 삼각형 머리를 바짝 세우며 동규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창밖의 거센 바람은 두 칸 초가의 지붕을 금방이라도 열어젖힐 기세다. ‘윙윙’거리는 소리는 황야에 항상 도사리는 야생동물들의 울부짖음도 묻어버렸다.

림장에서 호림원에게 하루에 한대씩 배급하는 양초는 저녁식사를 끝내고 일기를 쓰면서 소진되였다. 동규는 그저께 안해 옥화가 고구마, 락화생과 낡은 군용 외투 한벌을 가지고 자신을 보러 온 일을 상기했다. 저녁식사를 하면서 옥화는 “건강 잘 챙기세요. 명이는 말 잘 들어요. 단지 아빠 언제 돌아오냐고 계속 물어봐요”라고 말했다. 그러던 옥화는 그가 야간 순시를 마치고 초가로 들어올 때 미친듯이 울며불며 야단쳤다.

“당신, 여기가 사람 사는데냐구요! 지배인에게 꼭 말해서 호림원을 그만둬요. 애시당초 세 사람을 여기에 배치했을 때 다른 사람들은 다 그만뒀는데 당신은 뭔 객기 부려요. 뭐 ‘다들 싫어하는 일을 누군가는 해야 한다’구요? 또 뭐 ‘류빈이란 장군은 후반생을 쌀 한 그릇이면 모래가 절반인 장고대에 바쳤는데 이 제대군인도 못할 게 없다’구요? 당신 고집 꺽을 수 없다는 거 알아요. 녀필종부, 부창부수, 다 좋다구요. 근데 당신이 여기서 죽는 꼴 볼 수 없어요. 당신이 여기서 죽으면 저하구 딸은 어떡해요? 흑흑…”

옥화가 한바탕 울며 꾸짖은 다음에야 동규는 그 영문을 알았다. 방을 정리하고 구들에 누울려고 이불을 젖히는 순간 옥화는 몸을 뒤엉키고 있는 검둥이와 소백을 발견한 것이였다. 뱀과 쥐를 가장 무서워하는 옥화는 기겁해 괴성을 지르며 울음을 터뜨렸다. 검둥이와 소백도 옥화의 울음소리에 화들짝 놀라 어딘가로 줄행랑을 쳤다.

동규는 담배불을 끄고 검둥이를 향해 손을 휘저었다.

“검둥아, 저쪽으로 비켜, 힘들어.”

눈치 빠른 검둥이는 구들 웃목으로 기여가더니 머리를 자신의 몸에 나른하게 얹고 계속해서 동규의 수다를 들었다.

 “에휴! 옥화는 정말 좋은 녀자야. 결혼해서 지금까지 집안 일이든 집밖 일이든 다 혼자 감당했지. 내게 뭐 바랄 것 있다고. 우리 림장의 구차한 형편 좀 봐봐. 몇년 봉급을 30무 모래밭으로 때우다니. 농사로 번 돈은 생활비도 안돼. 그녀가 소매점을 열어서 망정이지, 딸의 분유값도 없을 번 했어. 에휴! 명이를 출산한 이듬해 그녀가 리혼하쟀는데 내가 동의할리 없지. 어디 가서 이렇게 좋은 녀자를 찾는단 말인가. 장인어른이 말려서 다행이지. 사실 그 사람도 화김에 말한 거야. 요즘 세상에 나처럼 괜찮은 남자도 흔치 않을 걸, 안그래?”

헤헤, 동규는 멋쩍게 웃었다. 그러면서 이번에 옥화가 검둥이와 소백만 발견한 것이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 늑대 무리를 맞닥뜨렸다면 혼비백산하지 않았을가? 그의 귀전에서 늑대 무리의 처량한 울음소리가 또다시 울렸고 늑대의 새파란 눈빛이 도깨비불마냥 뇌리에서 괴이하게 떠돌았다.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우리의 대오는 태양으로…”

동규는 수도 없이 불렀던, 늑대 무리를 내쫓았던 군가를 나지막히 불렀다.

다리맡에 있던 검둥이는 동규가 노래하자 몸을 꾸물거리며 떠났다.

2

아침 노을에 흠뻑 물든 8천5백 무 장자송 숲에서 동규는 대추빛의 말을 타고 질주하고 있다. 그는 이따금 고삐를 당겨 말을 세우고 마을 쪽을 향해 목청껏 웨쳤다.

“명이야…널 사랑해!...”

그는 목소리를 높게 끌어올리기도 하고 낮게 흐느끼기도 했다. 나무에서 쉬던 새들도 그의 함성에 놀라 푸르르 고공으로 날아갔고 메아리는 숲 속에서 넘실거렸다.

주인의 이상함을 금새 알아차린 늙은 말은 나무에 기대여 물과 건량을 먹고 있는 동규에게로 다가와 큰 머리로 그의 팔을 부볐다. 동규는 말의 머리를 품에 안고 얼굴을 말의 흰 코에 붙히며 소리없이 흐느꼈다.

오후에 비가 구질구질 내리기 시작했다. 우천임에도 동규는 순시하는 시간을 줄일 엄두도 내지 못했다. 묘목을 훔치거나 솔방울을 채취하거나 삼림지를 농지로 무단 점용하기 위해 기회를 엿보는 사람들이 많게는 비 오는 날에 출몰했기 때문이다. 이런 일들을 저지한 동규가 아니꼬운 사람들은 입만 벌리면 “숲이 너네 집 것도 아니면서”라고 말했다. 그 말인 즉 남의 일에 쓸데없이 참견한다는 것이였다.  이 뿐이 아니였다. 야밤 중에 초가 유리창을 깨부수는가 하면 모래로 우물을 막아놓고 말을 훔치기도 했다. 심지어 출혈할 정도로 머리를 구타해 입원하기까지 했다. 동규는 도무지 리해할 수 없었다. 젠장, 이 사람들은 나라 재산에 손 대면 안된다는 걸 정말 모른단 말인가? 지난 20여년 동안 벌어졌던 일들을 영화장면같이 떠올리며 동규는 어린 묘목이 하늘로 치닿은 거목으로 자란 한 그루 한 그루의 장자송을 바라보면서 중얼거렸다.

“너희들은 이 동규의 목숨보다 중요하단다. 너희들은 이미 컸고 나는 지켜냈다. 헛되지 않았어!”

동규가 거처로 돌아왔을 때 날은 이미 저물었다. 10년 전에 림장에서 지은 삼간 벽돌집과 가축을 가두는 나무 울타리가 밤하늘 아래에서 그를 맞이했다. 그는 말을 매여놓고 저녁을 짓기 위해 부엌으로 들어가 전등을 켰다. 쌀독 밑에서 몸을 칭칭 감고 있던 작은 청사가 그를 보더니 주방의 한쪽 구석으로 유유히 미끄러져 갔다.  

동규는 그를 향해 “소청아, 오늘은 우리 명이가 시집가는 날이다. 딸한테 많이 미안하구나. 래일 딸이 사위 데리고 내게 인사하러 오는데 넌 제발 나타나지마. 명이는 엄마 닮아서 너희들을 무서워 해. 옛날에 너의 할아버지와 할머니 때문에 옥화가 엄청 혼났거든…”

후기: 제대군인 리동괴는 1987년부터 장고대 아이향 산불감시초소의 호림원으로 근무했다. 전기, 물이 없는 렬악한 환경에서 8500무에 달하는 장송림을 가꾸고 지키며 30여년이란 세월을 흘려 보냈다. 깊은 산 속에서 성지를 순례하는 듯한 호림원 한 명과 말 한필의 실루엣은 장고대 수 세대 사람들에게 평안한 삶을 선사했다.